바다에는 100여 종 이상의 전복류가 서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참전복은 한반도 해역에서 주로 자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양식 전복 역시 대부분 참전복으로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오늘은 국내 양식 전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완도 전복이 유명해진 이유와 양식 전복 생산 방법, 역사, 양식 기간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복 양식의 역사
국내 전복 양식에 대한 연구는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전복 양식이 대중화되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올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00년대 중후반 이후였습니다.
치패(어린 전복)를 생산하여 전복이 자랄 수 있는 바다에 뿌리는 방식이 처음의 전복 양식이었는데, 치패를 생산하여 바다에 넣기는 하지만, 이후에는 자연이 키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저 치패만 뿌려 놓는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동해안 등에서 이런 양식장을 볼 수 있습니다.
양식 방식
초기에는 치패(어린 전복)를 생산하여 바다에 넣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이어서 다양한 양식 방식이 개발되었습니다.
수하식 양식: 바다에서 전복이 자랄 수 있도록 어구나 그물을 이용하여 양식하는 방식.
육상수조식: 육상 수조나 수족관을 사용하여 전복을 양식하는 방식.
해양 가두리 양식: 바다 위에 떠 있는 구조물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방식으로, 1990년대 말부터 보급되어,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해양 가두리 양식장 구조와 기능
해양 가두리는 큰 플랫폼을 칸(구획)으로 나누어 놓습니다. 각 칸은 가로세로 길이가 약 2.2미터 정도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구획을 나누면 전복들이 서로 교차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각 칸 안에는 2.5미터 길이의 그물 어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물은 해양 가두리의 바닷물에 내려가 있으며, 그 그물의 하단에 셸터라는 설비가 들어 있습니다.
전복들이 그물 안의 셸터에서 서식하고 자라게 됩니다. 이 그물은 전복이 탈출하지 못하면서 안정적인 양식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셸터 (Shelter) 설비
해양 가두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셸터입니다. 셸터는 전복이 낮 동안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숨어 지내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전복은 이러한 어두운 환경에서 다시마나 미역과 같은 인공 사료가 아닌 자연산 먹이를 먹이며 성장하게 됩니다. 셸터는 '대피소'로 번역되며, 이러한 이름은 전복의 습성에 맞게 만든 설비라는 점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아래는 그물을 들어 올린 후 셸터를 뒤집어 놓은 모습입니다. 전복은 야행성이라 낮에는 셸터 밑으로 숨어서 지내다가 밤에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 셸터 위로 올라옵니다. 전복은 그물에는 빨판을 붙이지 못하므로 밤이라도 이 셸터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습니다.
전복은 셸터에 내내 붙어살면서 위에서 던져주는 미역, 다시마 등을 먹고 자란다. 인공의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므로 자연산 전복과 맛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다시마를 주로 먹고 자라며, 겨울에서 봄까지는 미역을 주로 먹고 자랍니다.
양식 기간
전복은 5월 ~ 6월에 방란과 방정을 진행합니다. 인공 수정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하여 치패를 지상 수조에서 6개월 정도 키운 후 어민에게 분양하게 됩니다.
11월 즈음 어민들에게 분양된 치패는 그때부터 약 1년 6개월 ~ 2년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키워지게 됩니다.
치패는 2~3cm의 아주 작은 전복인데, 이 치패를 가두리 한 칸에 4천 ~ 5천 마리 정도 넣고 양식을 시작합니다. 전복이 자람에 따라 서식 밀도를 낮추기 위해 여러 차례 분가를 하며 양식을 하게 됩니다.
전복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만 2년에서 3년 정도의 양식 기간이 필요합니다. (치패 양식기간 6개월 포함)
2년의 양식 기간 이후 출하되는 것이 많으며 더 큰 사이즈를 얻기 위해 3년 정도의 양식기간을 갖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2년 정도 되면 무게가 평균 60g에 이르게 되며, 전복의 크기가 반드시 양식 기간과 연계되지는 않습니다. 한 시기에 넣은 것도 그 크기가 제 각각이라 출하 전 선별 작업을 통해 판매가 이루어집니다.
완도 전복이 유명해진 이유
국내에서 전복 양식은 다양한 지역에서 이루어지지만, 특히 전남 완도군이 전복 양식의 80% 이상으로 그 중심에 있습니다.
'양식 전복 = 완도 전복'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도 전복은 양식 전복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완도군은 수온, 맑은 물, 자연적인 먹이 환경 등이 적합하여 전복 양식에 용이한 지역입니다.
첫째, 전복은 바닷물이 겨울에는 섭씨 7℃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야 하고 여름에는 28℃ 이상이 되면 안 됩니다.
전복은 수온 25℃ 이상이 되면 혈액세포의 파괴 등으로 인한 생리활성이 저하되고 먹이를 먹는 양도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양식장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바닷물의 흐름이 약해지는 조금 때에는 전복의 호흡, 먹이 부패 등으로 인해 가두리 내부의 용존산소 부족 현상도 발생할 수 있어 폐사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고수온 시기에 양식전복 폐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먹이 공급량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그물 갈이와 선별을 최소화하며, 수온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층으로 가두리 수심을 깊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담수의 영향이 적어야 하고 물이 맑아야 하는데, 완도의 바다로 흘러드는 큰 강이 없으며 완도군의 여러 섬들이 육지로부터 제법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셋째, 전복의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완도군은 예부터 미역, 다시마 양식이 많았고, 그 덕에 먹이 구입비가 적게 들어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굴과 홍합(담치) 양식장이 없다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굴이 전복 껍데기에 붙거나 홍합(담치)이 셸터에 붙으면 전복이 쉽게 죽을 수 있는데, 완도군에는 굴과 담치 양식장이 거의 없습니다.
완도군에서의 전복 양식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인데, 위의 여러 이유 중에 특히 완도군이 미역과 다시마 주산지였다는 것이 지금의 '완도 전복'을 있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역과 다시마의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질이 뛰어나 완도 전복 맛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전복의 맛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전복의 맛을 구분하기란 사실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양식 전복 역시 다시마와 미역등 자연산 먹이만 먹고 자라기 때문인데요, 요즘은 양식 기술의 발달로 어떤 이들은 자연산 전복과 차이를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연산 전복과 양식전복의 맛의 차이는 글쎄요, 철저한 관리로 다시마와 미역을 먹여 키운 양식전복과 갖가지 해조류를 먹고 자란 자연산 전복의 영양성분이나 크기 식감등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맛의 차이는 크게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보통 일반인들의 생각입니다.
어찌 보면 그 신선도의 차이가 식감이나 맛을 좌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맛의 차이는 개개인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뭐라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가성비로 따져 본다면 양식전복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자연산 전복회를 맛보신 분들이라면, 단연 자연산 전복을 으뜸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복은 양식 환경과 먹이에 따라 맛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겨울과 봄에 전복은 특히 맛있다고 하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보다 겨울부터 미역을 먹고 자란 전복이 더 쫄깃하고 감칠맛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미역을 먹은 전복이 다시마를 먹은 전복보다 수분 함량이 적고 단백질, 회분, 글리코겐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름보양식으로 전복을 사용하는 요리가 많아 전복이 마치 여름 음식인 양 알려지고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겨울과 봄에 맛있는 시기로 알려져 있으며, 참전복의 생식 시기인 5월 ~ 6월 이전의 전복이 살이 더 많고 맛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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