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감미료는 화학물질로서, 일반적으로 칼로리가 낮고 설탕보다 몇백 배의 단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천연 감미료인 설탕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다음 달 14일부터 분류할 예정이라 합니다. 오늘은 대표적인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 액상과당, 사카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카린
근대 화학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단맛을 내는 최초 인공 화합 물질이 우연히 발견되게 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독일 화학자 콘스탄틴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는 1879년 타르에서 얻은 벤젠 화합물에 대해 연구하다가, 무심코 손을 씻지 않고 빵을 먹었는데 단맛이 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지도교수 아이라 렘센(Ira Remsen)과 함께 여기에 흥미를 느끼고 단맛의 원인을 찾아 나섰고, 그것이 ‘o-술포벤조산아미드’라는 물질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팔베르크는 이 물질을 대량으로 합성하는 기법을 개발해 1880년대에 독일에 공장을 세우고 ‘사카린(Sacchari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합니다.
사카린은 천연 설탕에 비해 두 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설탕보다 수백 배 당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어떤 화합물 형태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200배 ~ 700배까지 당도를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즉 아주 적은 양만 사용해도 충분히 단맛을 낼 수 있으므로, 식품 제조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생체 내에서 소화되거나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에 칼로리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 칼로리 '제로'
20세기 초부터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비만이나 당뇨 등의 만성 성인병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고, 필요 이상으로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 그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었기 때문에 이 사카린은 그야말로 각광받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카린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바로 안전성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977년 캐나다에서 쥐에게 사카린을 집중 투여한 결과 일부 쥐에서 방광암이 발견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고, 이 연구는 사카린의 유해성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게 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카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사카린을 첨가한 식품에는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게 됩니다.
이러한 논란이 한국에도 전해지면서 사카린 규제가 시작되게 됩니다.
1980년대 국내 언론이 북미의 사카린 논란을 소개하자, 보건사회부(당시)는 1990년과 1992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사카린의 사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게 됩니다.
- 아이스크림, 껌, 과자류, 간장 등 거의 모든 제품에 사카린의 사용을 금지하고 절임 식품류, 청량음료, 어육가공품 및 특수영양식품 등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게 됩니다.
희석식 소주를 생산하던 회사들도 앞다투어 사카린을 빼기 시작합니다.
1989년, 당시 업계 2위 보해소주와 3위 금복주 등이 경쟁사보다 먼저 사카린을 뺐다며 ‘무사카린 소주’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하게 됩니다.
소주의 단맛은 사카린 대신 액상과당과 아스파탐등이 책임지게 됩니다.
- 사카린 논란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죠
그 후 사카린은 2000년대 들어 발암물질이라는 누명을 벗게 됩니다.
1977년의 실험은 쥐에게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사카린을 과다 투여하였으니 설계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었고, 쥐와 인간의 사카린 대사 과정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게 됩니다.
북미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후속 연구가 이루어진 결과 ‘정상적인 농도와 사용 방법’으로는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에 따라 2001년에는 FDA가 사카린을 안전한 물질로 인정했으며, 2010년에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사카린을 유해물질 명단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사카린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상식으로 받아들인 소비자들은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식품 제조업체들도 혹시 일어날 논란을 무릅쓰고 굳이 사카린을 사용할 강력한 동기를 찾지 못했죠.
사카린이 규제에 묶여 있던 사이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당알코올, 스테비오사이드 등 여러 가지 대체감미료들이 개발되었고, 이들은 시장에서 각자의 물성에 따라 영역을 굳혀 가게 되었고, 사카린은 제과, 음료, 발효식품 등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서는 다시 활발히 쓰이고 있으나, 그 밖의 분야에서는 점차 점유율이 줄어 가게 됩니다.
- 아직도 김치를 담글 때 뉴슈가(사카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김치가 너무 빨리 발효되는 것을 막아주며 단맛을 유지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MSG (글루탐산나트륨)와도 비교해 볼 수 있는데, MSG도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감칠맛을 더해줄 수 있는 뚜렷한 대체재가 없다 보니 MSG를 제조하고 사용하는 기업들은 대체재를 찾는 것보다는 안전성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길을 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의 사례에서 보이듯, 사카린은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켜야만 하는 존재는 아니었고, 오늘날에는 전성기에 비해 감미료 시장에서 작은 점유율만을 유지하게 됩니다.
사카린은, 최초 인공감미료로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역사적 소임을 다 하고 이제는 여러 인공감미료의 하나로 남게 되었다는 점에서, 19세기 후반 이후 속속 발명되었던 ‘천연물의 과학적 대체재’라는 시대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액상과당
액상과당은 옥수수 전분 속 포도당을 가공 과정을 통해 과당 비율이 높아지도록 변환시키는 인공감미료입니다.
- 설탕보다 달고, 가격은 저렴해 주로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됩니다
액상과당은 영양소가 없고 열량이 높습니다.
- 액상과당은 사카린의 대체제로 각광을 받았으나, 열량이 높고, 영양소가 없을 뿐만 아니라 타 영양소의 섭취까지 해할 수 있으므로 아스파탐이나 수크랄로스등 다른 인공 감미료에 비해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없는 포도당과 과당으로 과일의 과당 보다 체내 흡수가 빨라 당도를 더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어, 당뇨 환자 및 각종 성인병 환자에게는 매우 좋지 않습니다.
- 액상과당의 과소 섭취는 식이 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 섭취를 제한할 수 있으며, 과대 섭취는 고혈압, 비만, 당뇨병 등의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액상과당의 적정 섭취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액상과당은 가공식품,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액상과당은 혈액에서 단백질과 잘 결합하여 혈액 속 염증 물질이 증가하게 될 수 있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 중성 지방이 전환되어, 고지혈증, 비만, 지방간의 발생 위험도도 높습니다.
아스파탐
1965년에 발견된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을 200배 더 낼 수 있는 인공감미료로서 사카린의 안전성 대두 이후 꾸준히 사용되어 온 인공 감미료입니다.
설탕과 비교하였을 때 칼로리가 거의 없으며 충치를 유발하지 않습니다.
- 충치 유발균인 뮤탄스균이 아스파탐을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열량이 높고 건강상의 심각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설탕을 대체하여 널리 사용되어 왔고, 또한, 일반적으로 체내에 흡수되거나 분해되지 않고 체외로 배출됩니다.
아스파탐은 인슐린 수치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저칼로리 식단이 필수적인 당뇨병 환자들에게 매우 환영받는 성분입니다. (혈당수치를 상승시키지 않습니다.)
- 사카린의 효능과 비슷하여 대체제로 각광을 받아 왔습니다.
아스파탐은 사카린처럼 처음에는 인체 유해 물질로 오해를 받아 왔습니다.
- 성분과 관련한 문제뿐만 아니라 암유발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과 관련하여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있어 왔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1990년 대 중반부터는 안전성을 인증받고 각종 식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미국의 식약처(FDA)와 영국의 당뇨협회에서는 '안전하다'라고 주장합니다.
아스파탐은 막걸리의 단 맛, 가공식품, 과자, 청량음료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매일 다량으로 섭취 시에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데요,
- 아스파탐은 아스파트산과 페닐알라닌이 결합된 화합물로 페닐알라닌 분해 효소가 부족한 '페닐케톤뇨증' 환자가 아스파탐을 다량 섭취할 경우 페닐알라닌이 체내에 축적되어 경련, 발달 장애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루 섭취량 체중 1kg당 40mg 이하로 섭취하면 안전하다고 하는데, 이는 하루에 탄산음료 약 15~20캔 정도 마셔야 하는 양이기 때문에 실제로 과 섭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29일 로이터 통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가능' 물질로 다음 달 14일 아스파탐을 처음으로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2B군)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제로'가 붙은 무설탕 음료, 무설탕 캔디와 껌 등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꾸준히 그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었던 차에 IARC의 발표로 이제 아스파탐의 시대도 저물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결국, 가공식품업계에서도 이제 아스파탐의 대안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설탕대체제로 사용되는 감미료 중 아스파탐이나 사카린을 대체할 수 있는 감미료는 소주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스테비아, 에리스리톨등이 앞으로 더 선호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실제 2019년만 해도 열량이 높은 액상과당을 사용하던 소주의 칼로리가 400kcal를 넘었으나, 그 후 스테비아나 에리스리톨등의 사용으로 소주 1병의 칼로리를 70kcal나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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