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경보와 강풍경보가 내려진 강릉 산불 원인이 '전선 단선'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산불은 8시간 만에 비소식과 함께 진화되었다고는 합니다. 산불 피해가 늘어나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 탓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늘고 있는데, 그 뒤에는 지구 기온이 오르고 가뭄이 잦아진 탓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5년간 산불 현황
‘2018~2022년 산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4,005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소실된 산지 면적은 3만 694ha로
축구장 약 4만 3,000개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인명피해는 219명(사망 25명·부상 194명)이었으며, 재산피해는 4,557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도별 | 2018 | 2019 | 2020 | 2021 | 2022 |
피해규모(ha) | 710 | 2,570 | 4,339 | 674 | 22,402 |
특히 지난 22년에는 울진, 삼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 면적이 상당했습니다.
지역별 | 경북 | 강원 | 경남 | 경기 | 울산 외 |
피해규모(ha) | 17,766 | 9,312 | 1,604 | 678 | 865 |
산불이 늘어나는 이유 기후 변화
계속된 가뭄과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이 산불 확대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서 유엔의 보고서는 모두 산불 증가가 기후변화 탓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탓이라면 앞으로 산불 대응도 달려져야만 합니다. 기후변화 적응 차원에서 넓게 보고, 길게 보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엔 보고서에는 "기후 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산불 발생 3가지 조건
산불이 발생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바로 점화·연료·날씨입니다. 태양열이나 번개, 사람의 행위 등 불을 붙이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불이 번지는 데 충분한 가연성 물질이 있어야 하고, 불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온도·바람·습도 등 날씨가 뒤따라야 합니다.
점화
북미 아한대 산림 등지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는 번개에 의한 점화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호주 남동부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번개가 치는 '마른번개'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산불은 번개처럼 자연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벌목, 토지 개간, 농업, 주거 정착 등 다양한 인간 활동에서 부주의가 발생한 결과입니다.
연료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일부 식물은 광합성을 더 활발히 해서 바이오매스(biomass·생물량)를 늘립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 상승하면서 식물이 자라는 기간 길어집니다. 여름철 증가한 강수량도 식물 성장을 촉진합니다. 산불 발생 때 '연료'가 될 것들이 더 많이 쌓이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서 일부는 소나무 조림 대신 산사태만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자연 복원이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20년 뒤 후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숲 대신에 활엽수 숲으로 복원됐습니다.
날씨
기온이 오르면 토양 수분이 더 많이 증발하게 됩니다. 상대습도가 낮으면 나무들이 바짝 말라 산불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몇 달 동안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산불 발화 위험이 커집니다.
지구 온난화 추세에 계속되면서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더 높은 기온과 더 잦은 가뭄으로 인해 위험한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산불 발생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온대 기후 지역에서는 산불 기간의 강수량이 1990년대 후반 이후 10% 이상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은 지난 100년 기간 호주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해였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확산
2019~2020년 호주의 '블랙 서머(Black Summer, 검은 여름)'나 2020년의 거대한 북극 화재와 유사한 산불이 특정 연도에 발생할 확률도 21세기말까지 31~57%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2019~2020년 호주 산불 때에는 2400만㏊ 이상을 태웠고, 수천 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3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22 프런티어 보고서'에서는 산불을 '도시 소음, 과 '생태계 리듬 파괴'와 더불어 3대 환경 현안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02~2016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4억 2300만㏊(423만㎢, 남한 면적의 42배)의 숲이 불탔다"며 "변화하는 기상 조건으로 인해 이전에 산불이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서도 산불이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발생하고, 더 오래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2 실무그룹에서 제6차 평가보고서의 일부인 '기후 영향, 적응, 취약성'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는데, 거기에도 산불 얘기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요약본에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는 자연과 사람에 광범위한 악영향과 손실·피해를 초래했다"며 "일부 지역의 산불 피해 증가는 사람이 유발한 기후변화 탓"이라고 강조했습니다.
IPCC 보고서는 또 "생태계의 황폐화와 손실은 가뭄과 산불을 포함한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해 악화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기후변화의 영향 속에 가뭄과 산불을 포함한 것입니다.
유엔 보고서가 아니라도 기후변화가 산불 확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이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건조해지면서 야간에도 산불 세력이 줄지 않아 산불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져 산불이 주춤해지는데, 최근에는 그런 현상도 없이 밤낮없이 번져나간다는 것입니다.
북극의 얼음 감소가 미국 서부의 대형 산불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40년 동안 북극 바다 얼음의 감소가 미국 서부의 산불 날씨에 미친 영향의 규모는 엘니뇨-남방진동이 미국 산불 발생에 끼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온난화로 인해 여름과 가을에 북극 바다 얼음이 대폭 녹으면, 바다가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고, 해수면이 따뜻해지면 상향 기류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북극과 인근 알래스카에 저기압이 발생하고, 상승한 공기는 남쪽 미국 서부 지역에 강한 고기압을 만드는 쌍극자(dipole)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쌍극자 패턴은 미국 서부에서 가뭄과 기온 상승 유발해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날씨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한국 기후변화도 산불 발생 원인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73년 이후 10년마다 전국 평균 연 강수량은 약 32㎜씩 증가하고 있는데, 겨울철 강수량은 10년마다 1㎜씩, 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2㎜씩 줄고 있습니다.
1970년대 겨울철 강수량이 93㎜였는데, 2010년대는 90.1㎜입니다. 지난겨울은 18.3㎜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봄과 겨울 기온 상승으로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가뭄 피해가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2010년대 중부지방의 가뭄 일수는 1970년대에 비해 2~4배 증가했는데, 약한 가뭄 일수는 50일에서 80일로 약 2배,
보통 가뭄 일수는 10일에서 40일로 약 4배가 됐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보면, 2005년과 2015년 국내 수자원 총량은 각각 1240억 톤과 1323억 톤입니다. 10년 사이 6.7%가 늘었습니다.
증발량을 말하는 손실량은 517억 톤에서 563억 톤으로 8.9% 늘어난 데 비해 평상시 하천 유량(홍수기 제외)은 5.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강수량이 늘어난 것보다 증발량이 늘어난 것은 산림이 우거지면서 나무의 증발산이 늘었고, 기온 상승으로 인해 토양에서 증발하는 양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 40년 동안 전국의 토양이 침식되면서 토양층 두께가 평균 30㎝에서 28㎝로 줄었고, 토양층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도 그만큼 줄어 가뭄에 취약해졌습니다.
산불이 일으키는 환경문제
산불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의 삼림 벌채와 산불은 이 지역을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배출원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숲이 타버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의미입니다. 2021년 7~8월에만 전 세계 숲이 타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25억 톤이 넘습니다.
-시베리아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리고, 그 속에 있던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대량 배출이 됩니다. 산불에서 발생한 먼지와 그을음이 고산지대와 극지방 빙하에 내리면 태양 빛의 반사율을 떨어뜨리고, 빙하가 더 쉽게 녹아내리게 합니다.
-산불은 또 생태계에 다양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우선 산불은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방출합니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산불 미세먼지 데이터가 공개되는 43개국만 따져도 연평균 3만 명 이상이 산불로 인해 조기 사망하고 있습니다.
-숲이 사라지면서 식물은 물론 동물도 사라지면서 생물 다양성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2019~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엄청난 산불로 약 30억 마리의 포유류·파충류·새·개구리가 죽거나 다쳤습니다.
-산불은 토양 침식으로 이어지고, 폭우를 만나면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산불에서 나온 재가 하천으로 들어가면 수질오염을 유발하고, 수생 생물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산불 지역 인근에서는 연안 오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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